본문 바로가기
역사학

한국의 주식류 - 밥 (2)

by 홍나인 2024. 1. 26.

 

- 쌀밥 맛있게 짓는 방법

 

 우선 쌀밥을 맛있게 지으려면 좋은 쌀을 골라야 합니다. 시흥이나 김포, 예산, 정읍, 고창, 재령, 해주 등은 우리나라의 쌀 명산지로 이곳에서 재배한 쌀은 궁중에 진상할 정도로 좋은 쌀이었습니다. 

 

 쌀의 구성성분 중 수분은 전체의 15%를 차지하는데 밥을 지으면 수분이 약 65%를 차지합니다. 밥의 맛은 밥을 짓는 솥의 두께나 땔감에 따라 달라지며, 넣는 물의 양에 따라 되거나 질어지는데, 쌀에 물을 충분히 넣고 뜸을 잘 들이면 진밥이 되고, 물을 적게 부어 되직하게 지으면 고두밥이 됩니다. 밥을 짓기에 가장 적당한 물의 양은 쌀 무게의 1.3에서 1.5배, 부피로는 1.1에서 1.2배가 가장 적당합니다. 햅쌀, 묵은쌀  건조한 정도에 따라서도 다르기 때문에 물의 양을 잘 가감해야 합니다.

 

 취반법은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일반적으로 밥을 짓는 방법인데 쌀이 주식인 동남아 지역이나 중국 남부 지역 등에서는 대나무로 만든 찜통에 쌀을 쪄서 먹기도 하고, 서아시아에서는 쌀을 기름을 넣어 볶다가 수프를 넣고 익히는 음식을 만들어 먹기도 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옛날부터 밥을 짓는 솜씨가 매우 좋았으며, 그 솜씨는 조선시대의 기록에서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조선시대의 실학자인 서유구는 쌀밥을 짓는 방법에 대해 기록하였는데 "밥은 쌀을 깨끗이 씻은 후 그 물을 따라 버리고 솥에 안친 후 손두께 정도로 물을 붓고 불을 뺀다. 밥을 단단하게 하려면 불을 끄지 않고 계속 약하게 하며, 밥을 무르게 하려면 익을 때쯤에 잠시 불을 껐다가 1~2경 후에 다시 불을 땐다."라고 기록하였으며, "우리나라 사람은 밥을 잘 짓기로 천하에 이름이 났다.”라고 하였습니다.

 임원십육지에서는 "솥뚜껑이 삐딱하면 김이 새어 나와서 밥맛이 없고 땔감도 많이 들며, 반은 익고 반은 설익게 된다"고 하였습니다. 1800년대 초 장 영은 임원십육지를 인용하여 책을 썼는데 "조선 사람들은 밥을 잘 짓는다. 밥이 부드럽고 향기로우며 밥알이 윤기가 있고 골고루 익어 기름지다."라고 조선 사람들의 밥 짓는 솜씨를 기록하였으며, 밥을 지을 때는 불을 약하게 하고 물은 적게 부어야 한다. 밥을 아무렇게나 짓는 것은 하늘이 내려준 물건을 낭비하는 것이다."라며 밥 짓는 방법에 대해서도 기록하였습니다.

 중국으로 간 우리나라 사신 중 김창업은 우리나라 사람들과 다른 방법으로 밥을 짓는 중국 사람들을 보고 기록을 남겼습니다. 1712년쯤에 쓴 김창업의 연행 일기에서는 "산사에서 어린 중이 저녁밥을 짓고 있었는데 가마솥에 수수 열매를 깨끗이 찧어 껍질을 벗겨낸 낱알을 넣어 한바탕 끓이더니 솥을 기울여 물을 따라 낸 다음 다시 쌀을 넣고 질그릇을 덮어 공기가 새지 않도록 하였다. 그러곤 가마 위에 다시 대그릇을 덮고 불을 때다 조금 뒤에 여니 밥이 되었다."라고 기록하였습니다. 이 방법은 우리나라에서 보리를 삶을 때와 같은 방법입니다.

 

 

 청나라 연행에서 견문한 것을 기록한 책인 연행 기사를 쓴 조선 후기의 문신은 “중국 사람들은 고기를 두 가지 이상 먹지 않고, 밥은 1~3홉밖에 먹지 않는데 독이 있을까 봐 쌀을 끓인 뒤 그 물을 버리고 다시 새로운 물을 부어 두 번 지은 밥을 먹는다”고 하였습니다.

 옛날에 짓던 밥은 지금처럼 전기밥솥으로 지은 밥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밥맛이 좋았습니다. 옛날에는 큰 무쇠솥에 쌀과 물을 넣고 짚이나 쌍 솔가지, 콩깍지 등을 땔감으로 해서 지었는데 솥뚜껑이 무거워야 수분이 날아가지 않고 솥 안의 압력이 높아져서 밥이 맛있게 됩니다. 솥에 따른 밥맛의 차이에 대해서는 규합총서에서도 나와 있는데 “돌솥으로 지은 밥과 죽이 으뜸이요, 오지 탕관이 그다음이다.” 하였고,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에서는 “곱돌솥으로 지은 밥이 으뜸이요, 오지 탕관이 그다음이요, 무쇠솥이 셋째요”라고 하였습니다.

- 쌀밥의 효능

 벼를 도정하여 알곡으로 만든 다음 밥을 짓는데 볍씨의 외피만 제거한 것을 현미라 부르고, 겨층을 30% 정도 제거한 것을 3분 도미, 50% 제거한 것을 5분 도미, 70% 제거한 것을 7분 도미라고 부르며 이 겨층을 완전히 제거한 것이 우리가 먹는 백미입니다.

 백미는 겨를 제거하면서 쌀눈도 대부분 함께 제거되어 현미에 비해 단백질이나 지방, 무기질, 비타민의 함량이 적지만 섬유소가 적어 식감이 부드럽고 소화가 잘됩니다. 쌀밥의 열량은 100g당 백미는 356kcal이며, 현미는 351kcal이므로 하루에 필요한 열량을 전부 쌀로만 보충하려면 백미 450~600g이 필요합니다. 우리나라 사람은 단백질의 약 15%와 섭취 열량의 절반 정도를 쌀밥으로 섭취하고 있습니다.

 채소는 섬유소가 많고, 쌀은 알곡을 그대로 익힌 입식이기 때문에 오래 씹어야 하므로 저작근의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전 두엽을 자극하여 두뇌가 좋아진다고 합니다. 이에 따라 육식하는 것보다 채소와 곡식을 먹는 것이 두뇌 발달을 좋게 한다는 실험 결과가 있습니다. 

 

 

 육식하는 동물은 힘이 세지만 지구력이 떨어지고, 초식하는 동물은 힘은 약하지만 굶주림에 오래 견딘다는 것은 내장의 길이 때문이라고 합니다. 한국 사람의 소장은 쌀과 채소를 많이 먹어 고기나 밀가루를 주로 먹는 서양 사람들보다 평균적으로 80cm 정도 더 길기 때문에 지구력이 좋은 것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요즘 아이들이 일에 꾸준히 집중하지 못하는 것도 쌀보다 고기나 빵을 더 많이 먹는 바뀐 식습관과 관련이 있습니다.

- 보관 방법

 

 보관 방법에 대해서는 옛 기록에서도 나와 있는데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과 규합총서를 보면 연잎으로 밥을 싸 두면 여름에도 쉽게 쉬지 않고, 밥 위에 날 비름을 덮어 놓으면 다음 날까지 상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새로운 쌀과 용기에 원래 남아있던 쌀이나 쌀겨가 함께 있으면 새로운 쌀의 질이 바로 안 좋아지기 때문에 쌀을 보관할 때는 청결하고 건조한 용기에 담아 두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보관 시 악취와 습기가 없고, 통풍이 잘되는 실온에서 바닥과 가까운 낮은 장소에 보관하는 것이 좋으며, 여름에는 2주일 정도, 겨울에는 1개월 정도로 보관하며 먹을 만큼의 적당한 양만 보관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역사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국의 주식류 - 별미 밥  (1) 2024.01.27
한국의 주식류 - 잡곡밥  (1) 2024.01.27
한국의 주식류 - 밥 (1)  (1) 2024.01.26
한국 음식의 특징  (0) 2024.01.25
한국 식생활의 형성 및 역사 (3)  (0) 2024.0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