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대륙 동북쪽에 위치한 우리나라는 북부를 제외한 동해, 서해, 남해의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 어류나 패류 등의 수산 자원이 풍요로우며,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절 구분이 뚜렷하여 계절별로 생산되는 식품을 이용합니다. 고온다습한 기온 및 일조량과 적당한 강수량은 곡물을 재배하기에 알맞아 쌀이 우리나라 제1의 농작물이 되었고, 산과 강이 발달한 지역적 특성으로 중부와 남부, 서부 지방에는 벼농사가 잘 발달하였습니다. 다른 각각의 지역은 그 풍토에 맞게 잡곡류인 보리, 수수, 밀, 기장 등과 콩류를 많이 생산함으로써 곡류 중심의 식생활을 형성할 수 있었으며, 채소가 자라기 힘든 추운 겨울철을 대비하여 말린 나물을 사용하였습니다. 우리나라는 계절과 절기에 따른 시식과 절식의 세시 음식과 지역적 특성에 따른 향토 음식이 발달하였고, 시대에 따라 사회문화적 관습과 종교에 영향을 받으면서 우리나라 민족 고유의 식생활이 형성될 수 있었습니다.
1. 선사시대~부족 국가 시대
발굴된 신석기시대의 유물 중 나무 열매나 뿌리, 도토리 등의 유물을 보면 그 당시 야생 식물을 채집해 먹었고, 돼지와 물소, 개의 뼈 등의 유물은 목축 생활을 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강변이나 바닷가에서 발굴된 낚싯바늘이나 작살, 그물추 등으로 조개류나 해조류를 채취하고, 물고기를 어획하며 생활했다는 사실도 알 수 있습니다. 함북 서포항 등의 지역에서 괭이, 돌보습과 피, 조 등의 유물이 나왔으며 신석기시대 말기에는 농업이 많이 발달한 것으로 추측합니다.
기장과 피 등의 잡곡을 재배하던 시기로부터 약 1000여년 후인 BC 2000년경에는 우리나라에 벼농사가 도입되었습니다. 이외에 조, 기장, 수수, 보리, 팥, 콩 등의 곡물을 재배하였으며 한반도 안에서 청동기 문화가 시작된 후에는 쌀과 잡곡을 혼용한 식생활을 하였습니다. 그 이후 고조선에는 중국 전국시대의 철기문화와 기마 민족의 문화가 유입되었고 부족 국가 시대로 접어들면서 벼, 기장, 수수, 보리, 팥, 콩, 조의 생산이 많이 증가했습니다. 부족 국가인 부여와 각 맥족국가에서는 축산업이 활발하였는데 그 중 고기를 미리 장과 마늘 양념에 버무려 굽는 육류 요리가 중국 문헌에 기록되었으며 그 당시 우리의 육류 요리가 중국에까지 명성을 떨쳤음을 알 수 있습니다.
시간이 흘러 기원전 4세기경에는 발달한 철기문화와 농기구로 인해 농업은 우리나라 민족의 주요 산업으로 정착하게 되었습니다. 고구려, 부여, 옥저, 동예, 삼한의 모든 나라에서는 오곡이 재배되었고, 곡물을 거두는 가을철에는 추수를 감사하기 위해 하늘에 제사를 올리는 행사를 열었으며, 이 행사 때에는 밤새도록 먹고 마시며 춤을 추는 풍습이 있었다고 합니다. 경남에서 시루가 발굴되고, 고구려 고분 벽화에도 시루가 나오는 것으로 보아 곡물을 찌는 조리법이 있었음을 알 수 있고, 이 당시 곡물을 쪄서 밥과 떡을 만들고 술을 빚는 기술은 매우 뛰어나 중국에까지 알려졌다고 합니다. 우리 민족은 중국에서 들어온 농작물 이외에도 야생의 콩 재배법과 콩으로 장을 담그는 등의 콩 조리 가공법을 개발하였으며, 그 중 특히 고구려인들의 콩 발효식품인 ’시‘라는 음식이 기록되어 있을 정도로 콩 요리법이 발달하였습니다.
2. 삼국시대와 통일신라시대
우리나라의 농업기술은 삼국시대와 통일신라시대에 이르러 더욱 발달하였습니다. 쌀, 보리, 콩, 밀, 팥, 녹두 등의 곡물을 주로 생산하였고, 이전에는 곡물을 쪄서 밥과 떡을 만들거나 그 곡물을 절구에 치는 떡이 대부분이었으나 주방과 조리도구, 탈각 제분 용구인 절구, 맷돌, 디딜방아 등이 발달하여 곡물의 분쇄 형태가 다양해지고 무쇠솥이 보급되면서 솥을 이용한 밥 짓기, 오곡밥과 같이 찌는 밥, 지진 떡, 절편, 인절미도 만들게 되었습니다. 또한 발효식품 중 장류는 콩을 주원료로 하여 장을 담그는 것뿐만 아니라 보리나 쌀을 섞은 장을 담그기도 하였습니다. 이 시대에는 삶은 콩에 균을 배양시켜 그대로 먹는 장이 있었는데 이는 현재의 청국장에 해당합니다. 장맛은 각각 가정의 음식 맛을 좌우하기에 이르렀고, 절인 식품도 등장했습니다. 어패류를 소금만으로 절이거나 쌀밥이나 메줏가루를 섞어 절였는데 소금만으로 절인 것은 젓갈, 소금과 다른 재료를 섞어 발효시킨 것은 생선 식해가 되어 이어졌습니다. 생선뿐만 아니라 채소도 소금만으로 절인 것과 쌀밥이나 술지게미, 식초, 장과 함께 절인 것이 있는데, 이는 현재의 김치와 장아찌의 원형이 되었습니다. 이 시기에는 불교가 전파되어 식생활에도 영향을 끼쳤는데, 신라와 백제의 경우 육식을 절제하도록 함으로써 육식이 점차 쇠퇴하게 되었고, 쌀이 주식으로 되면서 어패류, 육류, 채소류 및 김치와 젓갈 등의 발효식품을 부식으로 하는 일상식 구조의 기틀이 마련되었습니다.
3. 고려시대
우리나라 식생활 문화의 전반적인 체계가 확립된 시기는 고려시대입니다. 불교의 영향으로 육식이 절제되고 차의 발달, 떡이나 과정류 같은 곡물 음식이 발달하면서 다과 상차림의 규범이 마련되었습니다. 미곡생산의 증가로 떡의 종류가 다양해졌으며 유밀과와 다식 등이 발달하였습니다. 또한 메밀이나 밀가루로 만든 국수는 귀한 성찬 음식으로 사용되었으며 밀가루에 술을 넣어 반죽하고 부풀려 다시 반죽한 것을 껍질로 하고 그 안에 채소나 팥과 같은 소를 넣어 쪄서 익힌 만두 조리법이 발달하였고 이 음식은 크게 성행하였습니다. 고려시대 후기에는 몽골의 지배를 받게 되면서 육류 음식 문화가 다시 발달하였고 육식을 선호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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