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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학

한국 식생활의 형성 및 역사 (2)

by 홍나인 2024. 1. 24.

 

4) 조선시대

 왕조가 바뀌며 조선시대는 고려시대와 다르게 불교를 배척하고 유교를 받아들였는데, 이는 사회 전반과 식생활에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16세기부터는 유교숭배 주의가 거세지면서 불교의 문화 중 차 마시는 풍습이 점점 쇠퇴하게 되었고 일상생활에서는 차 대신 숭늉을 마시게 되었으며, 한약재를 넣은 음청류와 화채, 주류가 성행하게 되었습니다.

 이는 조선시대 식생활에 '약식동원'의 사상이 반영된 결과이며, 질병의 예방과 치료에 관련된 음식과 양생 음식도 각 가정에서 성행하게 되었습니다. 조선시대 사람들은 고기 중 소고기를 선호했고 돼지고기는 선호하지 않았으며 유교의 영향으로 개고기를 더욱 즐겨 먹게 되었습니다. 특히 삼복에는 신분에 상관없이 '구장 10'을 즐겨 먹었고 소고기와 다른 육류의 조리법도 더욱 다양하고 자세하게 발전하였습니다.

- 조선시대 그리고 약식동원


 약식동원에 대해 잠시 알아보자면, 약식동원이란 약과 음식은 그 근원이 같다는 말로, 의식 동원이나 식약 동원이라고도 합니다. 음양과 오행설, 신토불이 등의 사상에 기반하여 사람은 태어난 고향 땅의 음식을 먹어야 하며, 계절에 맞는 제철 음식을 먹어야 한다는 등의 내용 또한 약식동원에 해당합니다. 

 

 더 자세히 알아보면 13세기 초에는 향약구급방이라는 의서를 토대로 자상을 꿰매는 방법, 지혈하는 방법 등의 외과적 의술도 시행되었는데 이러한 내용은 동의보감에도 기록될 정도로 유서가 깊게 전해 내려왔으나, 유교를 중요시하는 조선시대에서는 부모에게 받은 신체를 중요시 생각하기 때문에 외과적 의료행위가 제한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외과적 의료행위는 침, 뜸, 부황과 같이 제한적이고 간접적인 수준에 머물렀으며, 그나마 종기를 짜내는 정도가 가장 유명한 외과적 수술이었습니다.

 

 외과적인 치료법이 어려워진 조선시대에는 약식동원이 널리 퍼지게 되었습니다. 외과적 수술이 발달할 수가 없는 환경에서 사람들이 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뿐이었는데 첫 번째는 잘 먹어 아프지 않도록 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잘 먹어 아픈 것을 낫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해서 약식동원을 기반으로 한 요리법이 발달하였으며 재료의 조화를 중요시하게 됩니다.

 중국과 일본 또한 약식동원 사상이 있지만 유난히 한식에서 약식동원 사상이 더 드러나는 것은 위와 같은 이유 때문입니다.

 


- 농서의 간행과 선진 농업기술 전파

 중국 농서에 의존하는 대신 한국 풍토에 맞는 농서를 저술하기 위해 우리나라 여러 지역의 농사법을 조사하여 농사직설, 금양잡록 등의 농서를 간행하였고 이 책들을 합본하여 농가집성을 편찬하였습니다. 이어 반계수록, 임원십육지, 색경 등이 간행되어 농업기술과 조리가공 등 식생활 전반에 걸친 지도서들이 보급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농업의 생산은 더욱 활발해져 우리나라 벼의 품종이 총 67종에 이르게 되었으며, 잡곡류와 두류 등도 지속해 생산하였습니다.


- 외래식품의 동화

 임진왜란을 전후하여 일본으로부터 다른 나라들의 식재료가 넘어왔는데 전래한 재료로는 고추, 호박, 고구마 등이 있고, 중국과 국경이 접해 순조 대에 관북 지방으로부터 감자가 전래하였습니다. 이외에 수박, 배추, 토마토 등의 외래식품이 도입되면서 식재료가 더욱 다양해졌습니다.


 다른 나라에서 넘어온 식재료 중 특히 고추는 점차 우리의 식생활을 지배하고 김치에 혁명을 가져다주었습니다. 16세기 말부터 일본에서 전래한 고추로 가루를 내어 김치 등 여러 가지 음식에 넣었으며, 고춧가루를 넣어 만든 고추장은 간장, 된장과 더불어 한식의 맛을 좌우하게 되었습니다.

- 식문화의 정립

 조선시대에는 일상식의 기본인 밥과 국, 김치와 함께 생채, 숙채, 조림, 구이, 전, 회, 마른 찬 등을 섭취함으로써 영양의 균형과 조리 방법의 다양성을 갖게 되었고, 3, 5, 7, 9첩과 12첩 상차림의 규범이 정립되었습니다. 조선시대 상차림은 독상을 기본으로 하였고 형제간에는 함께 상을 쓰기도 하였으며, 반상 이외에도 여러 행사 상차림의 규범도 마련되었습니다.

 그리고 계절 식품과 조상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저장식품이 발달하였는데 말리거나 염장한 어패류와 추운 겨울을 대비하여 만든 채소 저장식품 김치, 이른 봄의 기후 조건을 이용하여 만든 장류 등 조상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상비 식품이 만들어졌으며 장 담그기와 김장은 각 가정의 연중행사가 되었습니다.

 가정에서는 조석 상차림을 대비하여 김치, 장류, 젓갈, 말린 식품, 밑반찬을 상비해 두고 사용하였으며 식품이나 조리법이 중복되지 않도록 하여 맛과 영양이 조화롭게 하였습니다.

 


- 상업의 확대와 향토 음식의 발달

 각 지역의 자연환경과 그 생산물이 다르기 때문에 지방마다의 특색을 살린 향토 음식이 발달하였는데, 지방에는 보부상과 향시가 발달하여 향토 음식의 발달과 지역 사이에 음식 교류가 급격히 증가하였습니다.

 

 상업이 확대되며 도량형의 기준이 확립되었는데 이는 각종 척도와 양, 무게의 표준이 결정되고, 조리에서는 각종 조리도구의 용량 기준 마련으로 나타났습니다.

 식기 문화가 발달하며 백자, 분청사기 등의 새로운 도자기가 개발되었고, 국가적으로 놋그릇이 보급되고 유장은 국가 공무원으로 제도화되었고, 추위에도 음식이 잘 식지 않으며, 잘 깨지지 않는 식기의 보급이 전파되었습니다.

- 연례행사와 대가족 생활

 정월 초하루와 대보름, 입춘, 단오, 삼복, 추석, 동지 등의 절기에는 특별한 음식을 만들어 먹고 다양한 놀이를 함께 즐기는 풍속이 있었는데, 이때 행하였던 행사와 음식이 오늘날까지 절식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철저한 장자상속의 가부장적 대가족 사회인 조선시대에서 주부는 가문 특유의 의례 음식의 규범에 숙달해야 했으며 생일이나 폐백, 혼례 및 회갑연, 제사 음식 등을 통해 각각 가정의 대를 이어 전수되는 독특한 식문화를 형성하였습니다.

 

 위와 같은 대가족 제도하에서 여러 연령층이 모여 생활하며 일상식의 구조를 확립하면서 현재 식생활의 기틀을 확고히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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