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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음식

통과의례 상차림 (2)

by 홍나인 2024. 2. 21.

 

4. 폐백상

 혼례를 치른 후 신부가 시부모님과 시댁 어른들을 처음 뵙고 인사를 드리는 의식인 폐백은 보통 대례를 치른 지 사흘째 되는 날에 하였습니다. 시댁에 찾아갈 때는 신부가 친정에서 이바지 음식과 폐백 음식을 준비해서 가져가는데 이때 준비하는 음식들은 지역이나 가문, 계절 등에 따라 다르기도 하였으며, 서울 지역에서는 폐백상에 대추고임과 육포, 산포, 청주를 상에 올렸고, 다른 지역에서는 육포나 산포 대신 폐백닭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폐백상에 올라가는 대추는 굵은 대추를 깨끗이 씻고 물기를 제거한 다음 양쪽의 꼭지를 제거해서 큰 냄비에 담고 술을 뿌려서 따뜻한 곳에 묻어서 불립니다. 10시간 정도 지나 대추의 색이 짙어지고 잘 불었으면 대추 양 끝에 실백을 하나씩 박고 다홍색 실로 한 줄에 세워서 뀁니다. 이렇게 만든 것은 둥근 쟁반에 서려가며 담아서 소복하게 굅니다.

 폐백 산적은 기름기가 없는 소고기를 3, 5, 7근의 홀수로 준비해서 곱게 다진 후 파, 마늘, 간장, 설탕, 참기름, 후춧가루, 깨소금 등의 양념을 넣고 섞은 다음 길이는 25cm 정도, 너비는 10cm, 두께는 3~5cm로 만듭니다. 이것을 햇빛에 말리고 참기름과 설탕을 바르고 반듯하게 손질한 다음 다시 말리며, 적당히 마른 산적 위에 다진 실백을 소복하게 뿌리고 산적 하나당 붉은 종이나 색지로 만든 띠로 묶어서 '근 봉'이라는 글자를 씁니다. 이렇게 준비한 산적 두 개는 대추 쟁반과 똑같은 쟁반에 나란히 담는데, 요즘에는 상하기 쉬운 산적 대신 여러 장의 육포를 포개서 띠를 두르고 사용합니다.

 폐백의 순서는 신부가 준비한 음식들을 상에 차리고 시부모님과 시댁 어른들에게 차례대로 큰절한 후 술을 올리는데, 절을 올릴 때는 시조부모님이 계시면 시조부모님에게 가장 먼저 절을 올리기도 하고 혼주인 시부모님에게 먼저 절을 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시댁 부모님과 시댁 어른들에게 절을 올리고 나면 시부모님은 신부의 치마에 대추와 밤을 던져주며 축복의 말을 전하고, 신부는 옷이나 버선을 시부모님과 시댁 식구들에게 줍니다. 또한 시댁에 사당이 있으면 준비한 술과 안주를 사당에 올리고 고유제를 드리는데, 제사를 드리는 날은 시댁에서 정합니다.

 시댁에서 이틀을 자고 처음 부엌에 들어가면 신부는 시부모님을 위해 친정에서 준비해 온 반찬들로 진짓상을 차려서 대접합니다. 또한 폐백은 조부모님이 계시는 경우에는 미리 폐백 음식을 따로 똑같이 준비해서 가져가고, 부모님을 뵙고 나서 조부모님을 뵙고 상견례를 합니다.

 이러한 폐백은 옛 문헌인 사례편람에도 나오는데, 내용을 보면 신부는 시아버지와 동서로 상면하여 앉고 북쪽으로 절을 한 후 대추와 밤을 시부모님께 드리고 절을 하고 물러서며, 시어머니에게도 절 한 다음에 편 포와 포백을 드리고 절을 합니다. 이어서 시아버지에게 술을 올리면 시아버지는 신부에게 축복과 훈계 등의 말을 건네는데, 이때 시조부모님이 계시면 시부모님에게 했던 것처럼 예를 올리지만 예물은 드리지 않는다고 나와 있으며, 다른 시댁 어른들에게도 예물 없이 절만 올리고, 같은 항렬이면 맞절한다고 나와 있습니다.

 또 다른 문헌에서도 신부가 시댁으로 가서 시부모님을 뵐 때 대추, 밤, 포를 드린다고 나와 있는데, 이때 대추와 밤을 시아버지에게 올리는 것은 시아버지를 공경하겠다는 의미가 있으며, 예물은 자손의 번창을 의미하고 음식은 시댁과 합체 의례를 강조하는 것으로 가져왔습니다.

 현대에 와서는 결혼식장이나 교회, 야외 등에서 결혼식을 마치고 난 다음에 그 장소에서 폐백을 올리거나 시댁에서 올리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5. 제사상

 제사를 지내기 위해 차리는 상을 제사상이라 부르며, 제사를 지내기 위해 만든 음식은 제수, 이 제수를 제사상에 차리는 것은 진설이라 부릅니다. 제사상은 지역이나 집안, 집안 형편, 소상, 대상, 절사, 기제사, 천신, 시제, 묘제 등과 같은 제사 종류 등에 따라 다르게 차립니다.

 제사는 고인의 기일 전날에 지내며, 제수를 제사상에 차리는 진설법도 생전에 놓는 방법과 반대입니다. 제사에 쓰이는 제기는 높이 숭상한다는 의미로 굽이 달린 것을 쓰며, 일반적으로 나무로 된 것을 많이 이용하고 이외 유기나 사기로 된 것도 사용합니다. 이러한 제기와 제상은 제사를 지낼 때 제사상에만 사용합니다.

 제사상에 올리는 제수는 정성을 가득 들이고 정갈하게 만드는 것이 우리나라 풍습이기 때문에 화려한 색이나 비린내와 같은 심한 냄새는 금기시했으며, 종류가 같은 것은 짝을 맞추지 않고 홀수로 만들었습니다.

 제사상의 진설법은 일상식의 위치와 반대인데, 오른쪽에는 밥을 뜻하는 메를 놓고 왼쪽에는 탕을 뜻하는 갱을 놓으며, 북어포 등의 생선은 머리가 동쪽으로 향하게 하고, 꼬리는 서쪽으로 놓아야 합니다. 또한 수저는 상에 내려놓지 않고 시접에 담아야 하며, 잡수시는 표적으로 제사를 진행하는 사람인 집사가 젓가락을 대접에서 세 번 박고 포 위에 놓습니다.

 제사상에 올리는 제수는 신위 별로 준비해야 할 것과 그렇지 않은 것으로 크게 나눌 수 있으며, 제사는 한 분의 조상만 모시기도 하고, 두 분의 조상을 한 번에 모시기도 합니다.

 신위 별로 준비해야 하는 것에서 밥을 뜻하는 메와 국을 뜻하는 갱, 숭늉 등은 신위 수대로 준비하며, 명절에 지내는 차례 때는 떡국이나 송편을 대신 올립니다. 메는 그릇에 담고 뚜껑을 덮으며, 갱은 보통 소고기뭇국을 준비하고 덮개로 덮고, 숭늉은 차가운 물이나 따뜻한 물에 밥알 조금을 풀어서 준비합니다.

 신위 수와 상관없는 것은 술, 간장, 식초, 찌개, 부침개, 구이, 포, 나물, 김치, 떡, 과자, 과일, 식혜 등이 있는데, 이때 술은 맑은 술로 준비하고, 간장과 식초는 종지에 담으며, 찌개는 육탕이나 어탕, 닭으로 만든 탕 등을 홀수로 다양하게 올리거나 세 가지의 재료를 넣어서 한 번에 만들기도 합니다. 또한 부침개는 고기전이나 생선전 등으로 준비하고, 조기와 소고기, 닭을 이용한 구이와 어포, 육포 등의 포를 준비하는데, 어포는 등이 위로 향하게 담습니다. 나물은 삼색나물을 한 접시에 담고, 김치는 나박김치를 준비하며, 과일은 짝수로 준비하고, 식혜는 건더기를 담습니다.

 

 이러한 제수를 만들 때는 마늘, 파, 후춧가루, 고춧가루 등의 향신료를 넣지 않고 소금과 간장으로만 양념합니다.

 

출처

폐백[幣帛] (한국민족문화대백과, 한국학중앙연구원)
혼례 음식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음식 백 가지 2, 초판 1998. 10 쇄 2011., 한복진, 한복려, 황혜성)
폐백[幣帛] (두산백과 두피디아, 두산백과)
제사상 차리는 방법 - 전통 제례 예절 (방법 사전, 용인시 예절교육관)
한국 조리, 손정우 외 4명, 파워 북, 2021.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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