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식은 볶은 후 말린 멥쌀가루나 송홧가루, 밤 가루, 콩가루, 흑임자 가루, 참깻가루 등에 꿀이나 조청 등을 넣고 반죽하여 수, 복, 강, 영 등의 글자, 기하 문양, 꽃문양 등이 새겨진 다식판에 박아서 만든 둥글납작한 음식으로, 잔치나, 혼례, 제사 등에 쓰이던 음식입니다.
다식을 제사상이나 잔치의 큰상에 높이 고일 때는 다양한 색의 다식으로 글자와 나선 문양을 만들면서 높이 고이는데, 제사에는 흑임자 다식, 송화다식, 쌀 다식을 올리고, 혼례 때의 큰상에는 노란색, 푸른색, 흰색, 검은색, 붉은색의 다섯 가지 색을 맞춰서 송화다식, 콩다식, 쌀다식, 흑임자 다식, 분홍색의 녹말 다식을 섞으면서 높이 고여 화려하게 만듭니다.
이러한 다식은 차를 마시는 풍습이 있었던 신라시대와 고려시대 때부터 있었으며, 고려시대 말의 학자가 쓴 목은집에서 팔관회 때 사용한 다식이 맛이 연하고 좋았다는 시가 나와 있는 것을 보아 고려시대에서는 다식을 연례 음식으로도 이용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다식은 조선시대의 문헌인 성호사설의 내용을 보면 원래 차는 물에 달여서 마셨는데, 송나라 때 찐 찻잎을 일정한 무늬의 틀에 박아서 고압으로 쪄서 다 병을 만들었으며, 이렇게 만든 것을 건조했다가 제사 때는 가루로 만들어서 그릇에 넣고 뜨거운 물을 붓은 후 대나무로 만든 솔로 저어서 마셨다는 내용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시간이 흘러서 차 대신 곡물가루에 꿀을 넣고 반죽해서 다 병과 같이 다식판에 박아서 제수로 사용했으며, 다식이라는 명칭만 남아 있고, 내용은 바뀌었다고 기록되어 있어 다식은 중국의 단차형 가루차를 본떠서 우리나라 음식으로 만든 것으로 조선시대 때 중요한 행사에 반드시 사용했습니다.
또한 삼국유사의 기록을 보면 차를 떡 덩어리처럼 만든 것인 송나라의 용단은 푸젠성의 특산물로 왕에게 진상하던 것인데, 송나라에서 보내는 세찬 예물에 반드시 들어 있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제사에 차를 썼다고 전해집니다.
조선시대 성종 때 사신으로 왔던 명나라의 동월이 다식은 밀가루나 메밀가루, 녹두 가루를 꿀에 재서 동그란 모양으로 만든다고 하였으며, 이를 통해 조선시대 초기의 다식은 차 이외 다른 재료를 사용하여 만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조선시대 중기의 문헌인 산림경제에서는 밤이나 송화, 검은깨, 녹두 녹말, 도토리, 마 등의 재료로 다식을 만들었다는 내용이 기록되어 있으며, 성호사설에서는 쌀가루, 밀가루, 메밀가루를 꿀에 개어서 다식판에 박아낸 음식을 단자라고 불렀는데, 오히려 곡물가루로 만든 다식은 전해지지 않고 밤 가루나 송홧가루, 콩가루, 깻가루, 녹두 가루 등을 꿀에 재서 다식판에 박아서 만들었다는 내용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다식에 대한 내용은 궁중에서 열렸던 잔치를 기록한 문헌에서도 나와 있는데, 황률다식, 송화다식, 녹말다식, 흑임자다식, 강분다식, 청태 다식 등의 여덟 가지의 다식이 기록되어 있으며, 이외의 옛 조리서에는 밀가루로 만든 다식이나 상수리나무의 열매로 만든 상자다식, 칡뿌리 가루로 만든 갈분다식, 잣 다식, 용안육다식, 잡과다식, 산약 다식 등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다식은 보통 하나의 색으로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세 가지 이상의 색으로 준비하여 함께 담는데, 예로부터 우리의 조상들은 붉은색, 파란색, 노란색, 하얀색, 검은색의 다섯 가지 색을 기본으로 하였기 때문에 음식을 준비할 때도 다섯 가지의 색을 맞춰서 준비했습니다. 이에 따라 다식 또한 하얀색의 녹말다식, 분홍색의 오미자 다식, 노란색의 송화다식, 파란색의 승검초 또는 청태 다식, 검은색의 흑임자다식을 준비하여 다양한 멋과 맛을 즐겼습니다.
다식은 만드는 재료가 간단하기 때문에 현대 가정에서도 쉽게 만들 수 있는데, 미숫가루, 콩가루, 하얀 깨, 흑임자 등의 재료를 이용하여 만들 수 있으며, 먼저 콩가루로 만들 때는 인절미에 쓰이는 볶은 콩가루를 사용하면 되는데, 노란색과 함께 푸른색의 콩가루도 준비하면 더 다양한 색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하얀 깨와 흑임자로 만들 때는 깨를 절구에 넣고 기름이 나올 때까지 빻아야 합니다.
이렇게 가루를 준비하면 가루에 꿀이나 조청, 물엿 등을 섞어서 반죽한 다음 문양이 있는 다식판에 참기름을 살짝 바르거나 비닐랩을 깔아서 만들면 훨씬 편리하게 만들 수 있으며, 녹차 등의 차와 함께 먹으면 차의 향과 어우러져 맛이 더욱 좋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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